빨강 머리 앤 독후감 (루시 M. 몽고메리)

빨강 머리 앤

2020-07

 어릴 적 읽었던 책이지만, 어떤 내용인지 설명하라고 하면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만큼 그 분위기만이 기억에 남아있는 명작이다. 요새는 패러디물도 많이 나왔지만 내 기억 속에는 드라마처럼 방영되던 빨간 머리 앤이 생각난다. 흰 얼굴 주근깨에 빨간 머리를 양쪽으로 땋은 소녀. 책을 읽기 전만 해도 그 기억이 전부였다.

 

 책은 어떤 고아 소녀를 마릴라와 매튜가 입양해오는 날로부터 시작된다. 원래 남자아이를 입양해올 생각이었던 둘은 중개해주는 사람의 실수로 여자아이를 들이게 되는데, 이 아이의 순수한 행동과 말에 특별한 아이라는 것을 깨닫고 입양하기로 한다. 이 아이가 바로 우리가 아는 앤이다.

 

 이후 책은 앤이 상상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자신을 거둬준 초록지붕 집 두 사람에게 감사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내용을 담는다. 마지막에는 자신의 꿈까지 다른 길로 바꾸면서 마릴라를 돌보게 된다.

 

 책을 읽으면서 딱히 마음이 엄청나게 동한다거나 충격을 받은 문장이나 스토리는 없었다. 그냥 다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다가 심지어 앤이 그렇게 특별한 아이인가 하는 의문까지 들었다. 하지만 마지막에 마릴라를 위해 자신의 길을 바꾸는 그녀를 보면서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.

 

 요새 나는 조금 스스로 이기적인 것 같았다. 왜냐면 내가 나아가는 길과 나아가고자하는 길을 막거나 바꾸는 사람이 있으면 너무 화가 나기 때문이다. 이는 당연하다고 볼 수 도 있지만, 예상치 못한 일이나 환경 탓에 길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.

 

 내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길의 끝에 어마무시한 성이 지어져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해서, 지금 내 앞에서 길을 막는 사람을 원망하면 안된다. 사실은 성이 아닌 늪이 있었고, 바뀌어진 나의 길이 진심으로 성을 발견하게 할 수도 있는 거니까.

 

 앤은 자신의 원대한 꿈이 소박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좌절하거나 슬퍼하지 않았다. 오히려 마릴라를 돌볼수 있음에 감사했다. 어떤 상황이 닥쳐오든 생각하는 건 나름이다. 그냥 즐기자, 지금 이 상황 이 순간을!